춥고 가난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는 대구의 음식들이 있다. 바로, 연탄불고기와 우동, 그리고 누른국수와 콩국이다. 많은 것이 풍요로워진 지금도 그 음식들을 먹으면 옛 추억이 떠오른다.
코끝을 자극하는 불향 ‘연탄 불고기와 우동’
연탄불고기와 우통’으로 유명한 대구 북성로는 사실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초반에 피난 온 문인과 예술가들의 근거지였다. 구상 유치환 이중섭 조지훈 등이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던 공간도 이 일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폐공구들을 모아 파는 공구상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지금과 같은 공구골목으로 자리 잡게 됐다. 낮에는 공구골목 영업이 한창이지만 밤에는 연탄에 불고기를 구워 파는 가게들이 문 열어 북성로 연탄불고기 거리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30년 전 우동을 시키면 돼지 갈비를 서비스처럼 조금씩 제공했는데 택시 기사들 사이에 입 소문이 나면서 식당에 손님이 점차 늘었고, 더 이상 갈비를 서비스로 줄 수 없어 불고기 판매로 바뀐 것이 지금의 연탄불고기이다. 양념이 된 돼지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향을 입히면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난다. 여기에 따끈한 우동 한 그릇이 더해지면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된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서문시장의 명물 ‘누른국수’와 ‘콩국’
요즘 젊은이들에게 서문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관광코스로 유명하다. 이곳에 아주 소박하면서도 푸짐한 한 그릇이 있다. 바로 ‘누른국수’ 이다. 누른국수는 경상도 칼국수의 별칭이다. 진하게 우려낸 멸치 국물에 납작한 칼국수 면을 끓여 은색 스테인리스 그릇에 가득 담겨 나오는 한 그릇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 배가 고픈 사람 모두를 만족시켜준다. 특히 추운날 더욱 사랑받는 겨울철 별미중의 별미이다.
고소한 콩국물과 쫄깃한 도넛의 조화 ‘콩국’ 또한 인기있는 메뉴다. 50여 년 전 중국화교들의 음식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콩국은 따뜻한 콩국물에 쫄깃한 도넛을 잘라 넣어 먹는 음식이다. 설탕과 소금을 자신만의 황금비율로 넣어 간을 맞춘 후 떠먹는 콩국은 겨울철 별미중의 별미이다. 콩국은 소화 흡수도 빠르고 콩물에 남아 있는 식이섬유는 혈관을 깨끗이 해주고 변비를 예방해주어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젊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대구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이색음식으로, 어른들 사이에서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구 서구에 사는 문은숙(56)씨는 “저는 오래전 다른 지역에서 대구로 이사를 왔는데요. 콩국이라는 이름은 자주 들어봤지만 사실 먹어보는 건 오늘 처음이에요. 콩국물과 도넛이 생각보다 서로 잘 어울리고 속이 굉장히 편하네요.” 라고 말했다.
송아리 기자 gnkd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