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더위…대프리카가 돌아왔다
‘아프리카 만큼 덥다’는 의미로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성해 만들어진 우리 지역의 별칭 ‘대프리카’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몇 주째 3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에 낮에는 수은주가 38,39도까지 오르며 연일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명불허전 대프리카…찜통 더위 장기화 될 듯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1904년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국내에서 낮 최고기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대구로, 1942년 8월 1일 40.0도를 기록했다. 두 번째 기록은 1939년 추풍령으로 39.8도였고, 세 번째는 1942년 39.7도로 역시 대구였다. 놀라운 것은 역대 최고 기온 기록 5곳 중 4곳이 대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폭염도시 답게 아침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현상도 기록적이다. 연간 열대야 일수가 1994년 대구 48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부르는 ‘폭염’일수도 같은 해 대구가 무려 60일을 기록했다.
지난 14일에는 계속 되는 폭염에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2층 동문 유리쪽의 스프링클러가 오작동 돼 주변 매장이 물에 젖는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졌다. 지하 2층 상단부가 유리로 되어있어, 더운 날씨 탓에 유리천장 주변의 온도가 올라갔고, 센서가 이를 화재로 인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현재 한반도에 고압대가 강하게 버티고 있어 더위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때문에 1994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역발상 마케팅… 대프리카 표현하는 이색 조형물로 눈길 끌어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간 어느 무더운 날,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은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길이 3.7m, 높이 0.5m의 대형 프라이팬 위에서 익은 계란 프라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녹아내려 발걸음마다 자국을 남긴 길이 2.8m, 높이 0.9m의 초대형 삼선 슬리퍼,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이 녹아버린 대형 라바콘 등 눈길을 끄는 조형물이 백화점 앞 곳곳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에도 불구하고 길을 지나던 시민들과 백화점 방문객들은 걸음을 멈추고 이색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에 이어 ‘대프리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앞 조형물로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할 뿐 아니라 지하 1층 휴게 공간에는 대구 지역 디자인 업체 ‘리턴’과 함께 대구의 낮과 밤을 ‘대프’,‘리카’ 캐릭터로 재미있게 표현한 ‘대프리카展’을 열고 있다.
이 날 백화점을 방문한 김수민(25) 씨는 “햇빛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가 재미있는 슬리퍼 조형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더워도 다들 야외에서 인증샷을 찍게 되는 것이 대프리카를 대하는 대구 사람들의 여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윤희 기자 gnkdg@naver.com
